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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의 길 (소설) 1화 돈벼락

by storydrama 2024.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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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의 길 (소설) 1화 돈벼락 

소제목 

1화 돈벼락 

누가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얼른 대답하지 못한다.
누가 나에게 불행하냐고 물어본다면 역시 얼른 대답하기가 어렵다.
행복과 불행을 물체나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마치 옷을 바꿔 입은 하나의 사람일 것이고 
물체라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물체일 것이다.
천재와 바보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다른 객체가 아니라 하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둘은 매우 다른 것 같이 보이지만 매우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가끔 나 자신에게 체면을 건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만큼 힘들 때 최면을 걸면 훨씬 견디기 쉬워진다.


올해 내 나이는 28세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다섯명이다. 
아버지는 내가 12세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41세인데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무릎이 아픈 할머니와 연예인이 되는 게 꿈인 여동생과 늘 말썽을 피우는 오빠가 있다.
오빠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가난이 싫다며 일치감치 집을 나가서 살았다.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전답을 모두 팔아서 장사를 시작했지만  장사는 잘 되지 않았고 
돈만 날리고 날마다 술만 먹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내속을 뒤집었다.  
할머니가 노점을 하시면서 돈을 벌어서 우리들을 돌보셨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셔서 일을 그만두셨다.

할머니가 일을 그만두시면서 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오로지 나 한 사람뿐이다. 나는 매일 하루에 19시간 이상을 노동을 해서 돈을 번다. 
새벽에 5시부터 일어나서  건설 일용직으로 노가다 현장으로 출근을 하고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는 식당에서 알바를 한다. 
오빠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집을 나가면 며칠씩 들어오지 않았다.
할머니가 뭐라고 잔소리하려고 하면 소리 지르고 악을 쓰고 화를 냈다.
할머니도 더 이상 오빠에 대해서 뭐라고 할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 오빠는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싸움이 붙었는데 그날 오빠 친구를 때려서
경찰서에 가게 되었다.  전과자는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나는 돈을 구해보려고 애썼지만 쉽게 돈을 빌려 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바닥에 <돈 빌려 드립니다. 비밀보장>이라는 명함크기의 종이를 주웠다. 나는 그곳에 전화를 했는데 그곳은 사채업자였다.
나는 사채업자에서 급하게 300만 원을 빌렸다. 그 돈으로 오빠는 합의를 했고 경찰서에서 나왔다.  그 뒤부터 나는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다. 

그 빌린 돈이 점점 이자에 이자. 연체에 연체이자 점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서 
사채업자 말로는 내가 갚아야 할 돈이 3억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나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해야만 했다. 

나는 여자지만 이름이 남자이름 같아서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매일 급전이 필요해서 그날 일하고 그날 돈을 받는 당일 알바 일만 찾았다.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육체뿐이어서 육체적인 노동부터 시작을 했다.
처음에는 건설 노가다 현장에서 신호수, 화기 감시자 같은 쉬운 일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남자들이 하는 일도 남자 못지않게 잘한다. 아니 남자보다 더 잘한다.
뼈는 남자처럼 튼튼하지 못할지라도 눈치 빠르고 빠리빠리하게 일을 잘한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건설현장에서 다루는 공구는 거의 다 잘 다룬다.
하지만 여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건설현장에서 나를 쓰지 않는다. 
다만 나는 믿는 구석이 있다. 인력사무소 소장은 내가 성실하고 일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자 이름을 갖고 있어서 건설 현장에서는 일 하기 전에는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고 나를
쓰는 형국이다.  식당알바보다 건설현장 알바가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나는 새벽부터 건설현장의
일을 받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일이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전단지 알바도 했고 청소알바 또는 식당알바도 했다.  

나는 자주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다
가장 답답한 것은 늘 고되게 일해도 나에게는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통장에 잔고는 늘 마이너스이고 텅텅 비어있다.

오늘도 휴대폰 문자에는 돈을 독촉하는 문자가 와 있다.
나는 일하러 가기 위해서 새벽 일찍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돈 내놔.  문자 보냈는데 내 문자를 씹어? 족제비 같이 생긴 남자가 말했다.
" 돈 매일 보내잖아요. 어제는 갑자기 할머니가 무릎이 아프셔서 병원비와 약값을 내니까 돈이 모자라서..."

" 봐라봐라. 돈을 연체시키면 연체이자 비싸지는 거 알제? 눈이 매섭게 생긴 다른 남자가 경상도 사투리로 말했다.
"원금이 300백 원인데 왜 갚아도 갚아도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요?"

"우리는 제3 금융 업자야. 싼 이자 쓰고 싶으면 1 금융에서 빌려야지" 족제비 같이 생긴 남자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래서 모두 갚아야 할 돈이 얼마인데요?"
"이 가시나,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3억이라고 3억!"
" 무슨 계산법이 300만 원이 3억으로 둔갑하나요?"
" 아우, 이걸 확 그냥! 원금 낼 날짜에 원금 안 내고, 이자 낼 날짜에 이자 안내고 빚을 얻었으면 날짜를 지켜야지 날짜를" 
족제비 같이 생긴 남자가 팔을 휘두르며 때릴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돈 갚을 능력 없으모 네 가족 다섯 명 장기를 모두 기증하는 방법도 있꼬"

오늘 일하고 돈 벌면 계좌에 돈 넣을 거예요. 천천히 돈 벌어서 갚을게요. 
빨리 보내주세요. 일가야 돼요. 늦으면 돈 못 벌어요.

나는 후다닥 달음질을 쳤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두 남자는 더 이상 쫓아오지는 않았다. 다만 멀리서 족제비처럼 생긴 남자의 소리치는 말이 메아리처럼 울리면서 들렸다.
 "돈 안 갚으면 네 장기부터 뗀다" 
지하철역이 보였다. 

나는 신에게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저에게 돈벼락을 내려주세요. 제발 돈벼락 맞게 해 주세요." 

지하철역에 다다르자 소변이 급했다. 급하게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 쪽으로 가고 있는데
바닥에 키가 떨어져 있었다. 
남자 화장실 여자화장실 갈라지는 쪽에 키가 떨어져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바닥에 떨어진 키를 주웠다. 그리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안에서 키를 자세히 살펴보니 7번이라고 숫자가 쓰여있는 열쇠 키였다. 
지하철역 믈픔보관함 열쇠 같아 보였다.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7번 물품보관함으로 갔다.
"어어 요즘은 전자식 열쇠로 다 바뀐 줄 알았는데 이 역은 아직도 구시대적인 기계식 열쇠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동전을 넣고 열쇠를 넣었다. 키가 돌아갔다. 문이 열렸다.
그 물품 보관함안에는 큰 가방이 하나 있었다. 나는 슬쩍 가방 안을 열어보았다. 5만 원권 돈다발이 가득 들어있었다. 

나는 영화 속에서 나온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몹시 긴장되고 떨렸다.
조금 전에 돈벼락을 내려달라고 신께 기도했는데 신이 나를 불쌍히 여기신 걸까 
나는 종교를 믿지 않았지만 분명 신은 내 기도를 들으셨고 신은 내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돈가방은 신이 나에게 내리는 특별한 돈벼락이야! 열심히 고생해서 일하니까 기특해서 내리는
특별 선물인거지.   나는 그 돈 가방이 분명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이 내려주는 행운의 선물이라는 것을 
믿고 싶었다.  

나는 돈 가방을 들고 역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팔다리가 움츠러들고 떨려왔다.  
이렇게 많은 돈을 내가 가져가도 되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가방을 꺼내 들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택시가 보였다.  나는 택시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화장실 쪽을 흘끗 쳐다봤다.

그때 남자 화장실에서 막 나온 정장 입은 남자가 주머니를 뒤지며 허둥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남자는 7번 물품보관함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못 본 척 택시에 올랐다.

어디로 갈까요? 택시 운전사가 물었다.
동인천역으로 가주세요.
나는 도착지점을 말하고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뒤를 바라봤다.

그러자 아까 본 정장 입은 남자가 뒤차로 쫓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잘못 본 것일까. 다른 차겠지. 정말로 나를 발견하고 쫓아온다면 어떡하지
또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저씨 아저씨 조금 더 빨리 밟아요. 뒤에 차에 스토커 남자가 있어요.
저를 쫓아오는 것 같아요.


나는 택시 운전사를  재촉했다. 

"옴마마. 도심지에서 택시가 헬리콥터처럼 날아갈 수 있남유,  저렇게 뻘건불이 댕댕 뜨잖유" 택시 운전사는 신호대기에 차를 멈추며 시골 냄새가 팍팍 풍기는 말투로 대답한다.


"아저씨 뒤따라 오는 저 차를 따돌려 주면 따불! "

"아따 .이것은 헬리콥터가 아니라니께 그러시네..."

따따불!  나는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따따불을 불렀다.

그때서야 택시운전수는 뒤차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류. 그럼...제가 아는 샛길로 빠질규, 따따불! 딴말 없기유"
"그란뒤 스토커면 경찰에 신고하지 그러셔유? 파란불 됐다. 가유"

운전수는 초록등이 켜지자마자 우회전했다 좌회전했다 하더니 내가 가본 적이 없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나는 계속 뒤따라 오는 차가 신경 쓰였다. 뒤차를 슬쩍 쳐다보니  그 차도 계속 뒤따라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진땀이 났다. 가방 주인이면 어떡하지? 내심 겁이 났다.

나는 돈을 훔친 게 아니다. 신에게 돈벼락을 내려달라고 기도했는데 바로 내 눈앞에 행운의 숫자
럭키 7의 숫자가 달린 키가 내 눈앞에 띄었다
 
나는 악의로 돈을 훔치려는 게 아니다. 나는 속으로 몇 번씩 내가 가져온 돈가방의 정당성을 부여해 보려고
애썼지만 알 수 없는 불안이 계속 마음속깊이 파고들었다.

불안은 점점 커졌다. 불안은 곧이어 공포심마저 들게 했다.
현찰이 이렇게 많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공포감이 몰려올 줄은 미처 몰랐다. 

몹시 긴장하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아이고 깜짝야 여보세요!"
"강은수 씨 오늘 출근 안 했어요? 어제 가기로 한 현장에서 전화 왔는데
오늘 출근 안 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에요?"

"소장님,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전화드린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꼭 출근하겠습니다."

"이봐요 강은수 씨?
그동안 신용을 잘 지켜서 일을 줬더니만 이런 식으로 할 거예요?
나는 펑크 내는 분 들하고는 일 안 하는 거 알죠?"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인력소장님이 화나서 전화가 온 것이었다. 
이러다가 내 일자리까지 잃게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쪽에서 내릴 거예요? 동인천역 가까이 왔어요." 택시기사님이 물었다.
"뒤차는요?" 나는 뒤를 돌아보며 기사 아저씨의 얼굴을 보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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