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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소리 03(소설)
나는 자주 우울한 기분이 뼛속깊이 파고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소리를 지르고 싶어서 아무도 없는 바다를 향해 차를 몰았다.
운전대 핸들을 우측으로 돌리고 우회전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오른팔에 감각이 없어졌다. 이상하다. 갑자기 왜 팔에 감각이 없지. 간밤에 팔을 꼬부리고 자서 신경이 눌렸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인적이 없는 바닷가에 다다랐다.
평일 낮이라 바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바다를 향해 소리를 힘껏 질렀다.
바다에는 파도가 치고 있었다. 아무도 내가 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 참 바다를 보다가 다시 차를 몰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병원 간판이 보였다. 나는 팔에 감각이 없어서 검사를 하러 갔다. 하라는 검사를 다 하고 난 후에 의사가 영상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영상 사진을 보면 뇌속에 뭔가 검은 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보여요. 뭔지는 열어봐야 알 것 같은데요. 의사가 말했다. 뇌수술하라는 건가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의사는 뇌에 뭔가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팔에 감각이 없으신 것 같다며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면 뇌를 열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멍때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갔는데 뇌수술을 하라고 하니 황당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찌 된 일일까. 몸은 건강해서 병치레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뇌를 열어보라고 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나는 병원 의사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뇌수술은 위험한 수술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한단 말인가.
나는 며칠동안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었다. 사무실도 나가기 싫어서 문 닫아놓고 나가지 않았다. 병원 갔다 온 후로 머리까지 아파오는 것 같았다. 괜히 병원에 갔어. 시간이 지나면 팔도 정상으로 돌아올 텐데 이상한 돌팔이 의사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꼴이라니 나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앓아 누워있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난한 집 가장은 마음 편하게 아프다고 방에 누워 있을 수도 없다. 노모 한 분이 아직 살아계시고 아픈 아내가 있는데 내가 나가서 한 푼이라도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밥을 대충 먹고 사무실을 가기 위해 차를 몰았다.
그런데 갑자기 현깃증이 일어나더니 머리가 아파왔다. 팔에 감각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왼 팔은 감각이 있고 멀쩡했다. 오른팔이 불편하고 내 팔 같지 않게 감각이 없다. 사무실 간판이 보이자
나는 차 시동을 끄고 내리려고 하는데 도저히 내릴 수가 없었다. 운전대에 머리를 기대고 한 참이나 있었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병원에 전화해서 수술날짜를 예약했다. 수술하는 날 아들 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뇌수술은 위험한 수술인데 해야 하는 걸까요? 수술을 하면 괜찮아질까요? 걱정하지 말아라.
수술 안하고 이대로 살아갈 수도 없는 상황 같아서 말이야.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니.
나는 수술을 했다. 의사는 뇌종양 같다고 암이라고 말했다. 수술 후에 나는 회복되기를 희망했지만 나의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수술 후 한 달 후에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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