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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소리 02(소설)
나는 자주 거래처 사장을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술을 마셨다.
다양한 현장 사람들을 만났다. 새벽에 건축현장에 일용직 사람들을 보내려면 그만큼 거래처도 잘 관리해야 했다. 나는 건축 현장에 직접 가서 인력분들이 일하는 모습들을 지켜보곤 했다. 저녁이 되면 건설 회사 사장들과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술을 마셨다. 집에 늦게 귀가할 때가 많았다.
집에 들어갈 때는 아내가 잠들어 있기를 바라면서 열쇠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 살금 집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수술 후 온 몸이 찌르는 듯한 고통이 하루 종일 계속된다고 하니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고 싶어서 여러 병원들을 찾아다녔고 해 보라는 것은 다 해봤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아내가 고통을 잠시라도 잊을 때는 잠자는 시간 뿐인 것 같다. 아들 둘은 직장을 다니면서 각자 독립해서 살고 있었다. 혼기가 찬 아들들을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 아내가 아프니 마음이 착잡했다. 아내가 아프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나는 요리도 해야 했고 집 청소도 해야 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갖지 못해서 늘 돈을 아껴 써야 했고 파출부를 고용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돈이 모이면 아내를 위해 새로운 신약이나 새로운 주사를 놓아 아내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기 때문에 돈을 최대한 아끼고 절약해야 했다.
병원에서 신약이 들어왔다는 소식이나 이런 것을 해보는 것은 어떠세요? 제안해 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노력에도 아내는 좋아지기는커녕 당뇨병까지 생겼다.
급기야 당뇨병 합병증으로 발이 헐고 썩어서 발을 절단해야 한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그냥 평범하게 욕심 없이 살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내는 발을 절단하게 되었고 요양병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성격이 변해갔다. 점점 소심해졌고 염세적으로 변했다. 다른 이들 앞에서는 늘 웃는 얼굴로 아무일 없는 듯이 털털한 웃음을 지었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우울한 기분이 계속 피부 속까지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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