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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소설) 3화 실종
은수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은수 엄마와 아빠는 그날 이후로 더 많이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한편 혜원은 친구 미나와 전화 수다를 떨고 있다.
"혜원아, 합창단 모집한다는데 관심 있어?" 미나가 혜원이에게 말한다.
"글쎄.... 개인 레슨 해줘야 하는 학생이 있어서 당장 합창단 들어가기는 좀 그렇고
나중에 들어갈게."
"혜원아, 그럼 내가 성악과 입시 지망생 소개해줄까? 레슨 받고 싶어 하던데"
"소개해주면 고맙지"
"그럼 오늘 저녁에 잠깐 만날까? "
"응 그래."
" 지난번에 우리 만났던 카페 있잖아. 너네 집에서도 가까워. 너의 집쪽 맞은편 상가 그 카페 오늘 저녁 8시에 만나자"
" 응"
어둠이 깔리고 길가의 가로등이 켜질 때 혜원은 대학동기 미나를 만나기 위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은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혜원아, 우리 은수한테 가봐 줄래?"
"아주머니, 은수는 왜요?"
"은수가 방안에만 있고 전혀 밖으로 나오지 않아. 거실로도 안나오고 답답해 죽겠어. 은수를 데리고 바깥에 좀 나갔다 오던지 아니면 그 애 만나서 기분전환 좀 시켜봐 부탁할게. 만약에 방문을 안 열어주면 거실 서랍을 찾아보면 방문 키 있을 거야. 현관문 번호키는 문자로 보내놓을게. 은수 좀 부탁해"
" 알겠어요. 이따가 가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다. 내가 부탁할 데가 너밖에 없다. 네가 은수를 어렸을부터 잘 알잖니"
혜원은 시계를 보면서 미나를 만나러 나가는 길에 먼저 은수 집에 들렀다. 은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미나랑 같이 만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핸드폰 문자를 보며 현관문 번호키 숫자를 입력하니 은수네 집 현관문이 열렸다.
혜원은 은수 방문 앞에서 은수를 불렀다.
"은수야, 은수야, 문 좀 열어봐. 안에 있어?"
하지만 은수의 방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안에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혜원은 거실쪽에 있는 서랍을 여기저기 열어본다. 키 뭉치를 발견하고 방문을 열려고 하나하나 키를 방문에 끼우고 돌려본다. 방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키우고 돌리고를 반복한다.
방안에 없는 것일까, 무슨일이 생긴 것일까 내심 근심하면서 키를 하나씩 돌리는 혜원은 긴장감이 들었다. 혜원이가 마지막 키를 돌리자 그때서야 방문이 열렸다.
은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송장처럼 누워있다. 혜원이 이불을 확 걷어 젖히고 은수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 은수, 너 왜 그러는거야? 대체 왜 이러고 있어? 빨리 나와. 같이 밖에 나갔다 오자."
" 비켜. 내버려둬. " 은수는 이불을 다시 붙잡아 자신의 얼굴 위로 덮는다.
" 은수, 너 제발 어린아이처럼 이러지 좀 마. 빨리 나와. 나 미나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나가자. 시간이 없어. 미나를 만나러 갈 시간이야."
" 날 내버려두고 미나를 만나러 가라고. 나는 안가"
은수는 만사 귀찮다는 듯이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 이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나갔다 오면 기분전환이 될 거야. 맛있는 거 먹고 오자"
" 싫다고. 제발 나가. 나 혼자 있게 내버려 둬"
그 때 혜원이의 핸드폰에 벨이 울린다.
" 혜원아, 오고 있어? 나는 커피숍에 도착했는데 "
" 미안해. 미나야, 조금 늦을 것 같아. 아직 집 근처야"
" 그럼 내가 너네 집으로 갈까? "
" 그럴래. 우리집 알지? 전에 와 봤잖아. 우리 집 도착하면 전화해. 나는 옆집에 있어"
"응. 알았어. 바로 갈게"
미나는 혜원이를 만나러 간 카페를 나와서 걷기 시작한다. 혜원이네 집은 골목길에 위치한 주택가라서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야만 했다. 상가 쪽 건물들은 모두 가로등이 있고 네온사인이 있어서 환하지만 혜원이네 집은 골목에 있어서 길이 어두웠다. 미나가 어두운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 그녀를 눈여겨보던 어둠 속의 발걸음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미나는 뒤쪽의 인기척을 느끼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뒤를 흘깃 쳐다보니 뒤에서 걸어오던 어둠속의 발걸음도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미나는 혜원이에게 전화를 걸으면서 빠르게 골목을 뛰어간다. 뒤따라가던 어둠 속의 걸음걸이도 빠르게 미나를 쫓아서 달리고 있다.
미나의 전화가 혜원이에게 막 걸렸을 때 "악" 미나의 비명소리에 놀라는 혜원,
" 무슨일이야? 미나야! 미나야!"
미나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비명소리와 함께 바로 끊긴다.
혜원은 미나의 전화에 전화를 건다. 전화기가 꺼져있다.
혜원은 다시 미나의 전화에 전화를 건다. 여전히 전화기가 꺼져있다.
혜원은 놀라서 소리친다.
"나 미나의 비명소리 들었어. 그리고 미나 휴대폰이 꺼져있어.
아. 씨발 너 일어나 봐. 무서워 죽겠어. 미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떡할 거야?"
혜원은 불안해서 다급한 목소리로 은수에게 소리친다. 혜원이 비명에 가깝게 큰 소리로 소리치자 은수는 그때서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 무슨 일이야? 왜그래?"
" 아 글쎄 오늘 미나를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네 엄마가 나한테 너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라잖아. 그래서 미나 만나러 가기 전에 너한테 들른 건데...."
"그런데?"
" 미나가 커피숍에서 기다리다가 우리집으로 온다고 하길래 오라고 했지.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했거든. 전화가 울려서 받았는데 미나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바로 핸드폰이 꺼졌다고"
" 그럼 같이 나가서 찾아보자. " 은수는 혜원이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골목이 어둡다. 은수는 휴대폰 손전등 앱을 켜고 골목을 비추며 혜원이네 집과 은수네 집 골목길을 여러번 왔다 갔다 하면서 미나를 찾았지만 아무런 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은수와 미나는 가까운 파출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한 편 어느 허름한 어느 주택가 내면이 깜깜한 어두움에서 서서히 밝아지면 미나의 모습이 보인다. 양쪽 손목에는 밧줄과 테이프가 묶여있다. 미나의 입에도 수건이 물려있고 수건 위에 테이프가 단단히 붙여있다. 미나는 살아있다. 바닥에 엎어진 채 눕혀있는 미나는 묶여있는 발을 버둥거리며 발버둥 치고 있다. 소리 지르고 싶으나 지를 수가 없다.
눈가에 눈물이 흐른다.
혜원이와 은수네 집 근처의 골목에는 출동한 경찰차와 함께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 밧대리가 다 달아서 충천하러 간 거 아닐까요? " 경찰 한 명이 혜원이에게 묻는다.
" 분명히 비명소리를 들었다고요. 무서워 죽겠어요. 미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떡해요?" 혜원은 정말로 무섭다는 듯이 온몸을 떨고 있다.
" 근처를 모두 샅샅이 수색해 주세요. " 은수도 놀라서 경찰에게 부탁한다.
은수와 혜원 그리고 경찰들은 밤새도록 골목을 이리저리 찾아 다녔지만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 미나의 엄마는 112에 전화를 걸어 미나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실종신고를 했다.
다음날 아침 긴급 뉴스가 매스컴을 통해 나오고 있다. 한 명의 20대 여성이 친구를 만나러 친구집 쪽으로 가던 중에 주택가 골목에서 실종이 되었다는 뉴스다. 골목길 주택가에 사는 여성분들은 범죄에 노출될 수 있으니 저녁에 외출을 삼가헤 달라는 뉴스 속 아나운서의 당부도 나온다.
은수는 마치 자기때문에 혜원이 친구 미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한다. 은수와 혜원이 경찰서에 다시 불려 가 참고인 조사를 받는다. 혜원은 미나의 인상착의를 설명한다. 경찰은 미나의 엄마를 만나 미나가 입고 간 옷이며 가방과 그밖에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설명하라고 말한다.
혜원과 은수는 경찰서에서 나와 각자의 집으로 가기로 하고 헤어진다. 갑갑한 마음에 은수는 거리를 배회한다.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구름은 여전히 하얗고 아름다운데 은수의 마음만 잿빛이다.
은수는 저녁늦도록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길에서 배회하다가 저녁 무렵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강민혁과 마주친다.
" 정은수, 너 여기서 또 만나네. 우리는 인연이 있나봐.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걸 보면 말이야."
은수는 반갑지 않은 강민혁을 어떻게 거절해야 할 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강민혁은 손가락으로 맞은편 도로변 상가 쪽을 가리키며 " 나 지금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자. 그 친구는 로스쿨에 다니는데 아주 젠틀해. 너도 그 친구 알아두면 인생에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소개해 줄게"
" 아니, 아니, 나는 괜찮아." 은수가 손사래를 치며 거절의사를 밝혔는데도 강민혁은 막무가네로 은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 너 과거 때 일로 아직 나를 경계하냐?"
" 임마, 내가 지난 일도 있고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하니까 술 한잔 살게. 너 쩨쩨한 남자 아니지?"
강민혁은 은수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 민혁아, 나 술 못 마셔."
" 그래 알아, 내가 너랑 나이도 같은데 군대 일찍 가서 네 선임으로서 네 교육을 맡았던 때였으니까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마음이 걸려서 술 한잔 살 테니까 못 마셔도 마시는 척이라도 해"
이렇게 해서 어쩔수 없이 은수는 강민혁과 강민혁의 친구 로스쿨에 다닌다는 남자와 합석을 하게 되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송준오입니다. "
"정은수입니다."
" 은수야, 내친구 송준오는 로스쿨에 다니고 있어. 졸업하면 대형 로펌에서 일하게 될 거야.
살다 억울한 일 겪으면 송준오한테 부탁도 하고 그래. 잘해 줄거야"
송준오는 깔끔한 외모에 미남형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키도 크고 같은 남자가 봐도 부러울 만큼의 준수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 원래 저는 정치가가 되는게 꿈이에요. 기회가 오면 정치에 뛰어들 생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우리 나이가 똑같아. 너는 준오. 얘는 은수, 서로 말 터놓고 지내. 무슨 존댓말이야. 동갑나이끼리"
강민혁과 송준오는 꽤 가까운 친구처럼 보였다. 은수는 술을 마실 줄 모르는 남자였으나 최근에 혜원이와 혜원이 친구 미나 일도 있고 엄마 아빠의 잦은 말다툼도 있고 마음이 괴로운 탓인지 못 마시는 술을 입에다 갖다 대었다. 자신도 모르게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술과 싸움을 하려는 듯 술이 이기나 은수가 이기나 게임이라도 하려는 듯 강제로 마시게 하는 사람도 없는데 그 독한 위스키를 술잔에 따라 스스로 마구 마구 마시는 것이다.
" 술 못한다더니 제법이네, 다시 봐야겠는걸"
강민혁은 괴로운 은수의 마음도 모른채 추겨 세우는 말을 한다.
술에 잔뜩 취해서 널부러기 직전인 은수는 강민혁을 보고 혀 꼬부라진 말투로 한마디 한다.
" 나는 네가 싫어. 나는 네가 죽이고 싶도록 밉다구. 나쁜 새끼"
은수는 그 말을 뱉고는 그 자리에 쓰러진다.
은수네 집에서는 은수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혜원이에게 전화를 건다.
" 혜원아, 퇴근해서 들어와 보니 우리 은수가 없는데 어디 간지 아니?"
" 아까 집으로 갔을텐데요. 집에 없어요?"
" 지금 새벽 2시야. 은수 방에도 없고 집 어디에도 없어"
"아까 낮에 은수와 헤어졌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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