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 4화 살인범은 누구일까
은수가 눈을 떴을 때는 이른 새벽이었다. 어느 집인지 알 수 없는 낯선 집에서 눈이 떴다.
사방을 둘러보는 은수, 여기가 어디일까 생각한다. 낯선 집이다.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집, 주택 거실 소파에서 눈이 뜬 것이다.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은수는 소리나는 방향으로 몸을 일으켰다. ' 여기가 어디지?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은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다.
은수가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 시간에 그 아래칸 바로 지하실칸에서 미나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빛, 또 한편으로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살려달라는 몸짓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남자가 미나를 강간하려 들자 미나는 필사적으로 저항을 했다. 남자는 거칠게 미나를 겁탈하고 서서히 목 졸라 죽였다. 남자는 거울을 보고 씨익 웃는다. 거울 속의 남자는 송준오다.
송준오는 은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은수는 안에서 잠긴 장치를 하나 하나 열어가면서 나가려고 했다.
문이 왜 안열리지? 긴장한 은수가 문을 열려고 계속 시도를 하자 얼마 후 문을 열고 송준오가 나타났다
"여기가 어디야? 너의 집이야? 의아한 표정으로 은수가 묻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 집은 아니고 아버지가 소유주인데 팔려고 내놨는데 아직 안 팔려서 내가 빈집을 잠깐 쓰고 있지" 송준오는 매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내가 왜 너의 집에 와 있어?"
" 술 취해서 쓰러져 있는 걸 내가 데리고 왔는데 기억 안나? "
"민혁이는?"
"민혁이는 바쁘다고 어젯밤에 술집에서 바로 가버렸어"
" 네가 술김에 한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나봐"
" 내가 술취해서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무슨 말했는지 생각이 안 나?"
" 전혀, 기억이 없어"
"넌 무슨일 하며 살아?" 송준오가 은수에게 묻는다.
" 난 프로그래머야. 그런데 회사를 관뒀어. 요즘은 게임하면서 놀고 있어. 넌 무슨 일 하는데?"
"난 여자친구한테 차여서 복수를 하는중이야. 넌 복수할 사람 없어?"
고개를 가로젓는 은수를 보고 "민혁이가 죽이고 싶을 만큼 밉다며 복수 안 해?"
"내가 어떻게 복수를 해. 나는 싸움을 못해"
"성경에 마음속으로 미워하는 것도 살인을 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어, 너 마음속으로 민혁이를 미워하지? 그럼 넌 살인자야"
은수가 송준오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살인자란 말에 섬뜩함마저 느낀다.
" 나 이만 집에 가봐야겠다." 은수가 일어나려고 하자
송준오는 거실에 컴퓨터가 고장났는데 봐줄 수 있냐고 묻는다.
은수는 마지못해 그럼 컴퓨터를 켜보라고 한다. 송준오가 컴퓨터를 켜고 문제를 보여주자 " 이건 컴퓨터 프로그램이 꼬여서 일어난 거야. 이건 소프트그램 오류라서 간단히 고칠 수 있어."
은수가 도수명령을 치고 프로그램 오류를 고치자 송준오는 깜짝 놀라며 "와 너 대단한데"라며 칭찬을 한다. 은수는 칭찬을 해주자 우쭐한 기분이 든다.
" 그런데 너도 이 게임 하니? 게임 프로그램도 깔려 있네?"
"응. 머리 식히고 싶을 때 가끔 해"
은수는 뭔가 더 묻고 싶었지만 집으로 왔다.
은수가 집에 돌아왔을 때 은수 부모는 출근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 너 어디갔었어? 너 때문에 숨조려서 죽는 줄 알았잖아. 전화는 왜 꺼져있고?
은수 엄마는 걱정과 원망섞인 말투로 물었다.
"어제 친구들 만나서 술마셨어요. 술에 취하는 바람에.... 죄송해요"
"넌 부모 생각은 눈꼽만끔도 안 하고 살 거냐? " 은수아빠는 몹시 화난 음성으로 물었다.
"죄송해요 아빠"
"혜원이가 걱정하고 있을거야. 전화 좀 해줘" 은수 엄마가 말한다.
은수는 자기방으로 들어간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는다.
잠시 후에 혜원이가 은수 방으로 뛰어 들어온다. 벌써 엄마가 혜원이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 너 밤새 어디에 있었어? 너 정말 친구들이랑 술 마셨어? 너 친구 없잖아?"
" 조용히 있고 싶으니까 나가줘"
"미나집에는 발칵 뒤집혔어. 미나가 아직도 안들어오고 있는데 너도 밤새 안 들어왔으니까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 미나가 아직도 안들어왔어?"
"그래. 걱정 돼 죽을지경이야. 내가 커피숍으로 약속시간에만 갔었더라도 이런 일 없었을 텐데"
은수가 이불을 뒤집어쓰자 혜원은 거실로 나가 은수 부모님과 이야기 한다.
"어제 제 친구 미나가 실종됐어요. 저를 만나러 집으로 오다가 사라져서 아직도 안 들어온대요" 혜원은 이야기하다가 울먹이며 집으로 가버린다.
방범대원들이 계속 골목길을 돌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경찰들의 모습들도 보인다.
하지만 아직 미나를 찾을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도 미나가 사라진 것은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실종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 20대 여성들이 자주 사라진다는 실종신고가 잇따르자 경찰들도 강력계 수사팀을 꾸렸다.
미나 부모님은 미나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뿌려가며 딸을 찾고 있다. 강력계 형사 김경원은 형사는 CCTV를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미나가 CCTV에 찍힌 것은 커피숍에서 찍히고 은수가 살고 있는 골목 직전의 편의점을 지나서 걸어오고 있는 장면이 찍힌 것을 끝으로 더 이상의 행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은수네 집 근처 골목과 그 골목과 맞닿아 있는 옆골목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한 집 한 집 모두 방문을 해가며 탐문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탐문수사를 한 지 3일쯤 뒤에 토막 난 시체가 발견된다. 토막 난 신체 일부가 발견된 것이다. 은수집에서 10킬로쯤 떨어진 외진 곳 밭에서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국가수에 DNA 감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 그 시체는 미나로 밝혀진다.
혜원은 이 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랑 가장 친했던 친구 미나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당하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은수 집에 들른 것도 후회가 되었다. 모든게 자신 때문에 벌어진 것 같아 미나 부모님 볼 면목도 없었다. 미나한테 너무나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은수와 은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은수 엄마가 혜원이에게 은수를 부탁한 것이 하필 미나를 만나러 가는 혜원이에게 약속을 늦게 하는 빌미가 되었고 은수도 자신으로인해 혜원이가 친구를 잃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마음의 부담을 느꼈다.
은수는 다시 게임속으로 들어갔다.
혹시 벨라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접속을 했다.
하지만 벨라는 보이지 않았다. 은수가 게임한 지 한 시간쯤 지나서 <초록별의 제우스신>이 들어왔다. 은수는 제우스신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왠지 두려운 마음 때문에 그만두었다.
괜히 대화를 했다가 상처만 받을 게 뻔했다.
그를 피해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제우스신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안녕 에반!>
은수는 에반이란 닉네임을 바꾸지 않아서 제우스신이 알아보고 말을 건 것이다.
은수가 대답을 안하자 <에반, 오늘은 너와 마음속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라는 말로 다시 말을 걸어왔다.
<에반, 나는 살인자야, 나는 사람을 진짜로 여러명 죽였어>
은수는 아무말도 안 하고 그가 뭐라고 말하는지 다음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려도 더이상 말이 안 오자 이번에는 은수가 대답했다.
<나도 살인자야. 나때문에 여자가 죽었어>라고 말하자
제우스신이 <어떻게 죽였는데?>
<내가 직접 죽인 것은 아니지만 나때문에 내 친구의 친구가 죽은 거니까> 은수가 낙담해서 말하자
<나는 살인을 할 때 가장 큰 희열을 느껴. 여태까지 맛보지 못한 강렬한 희열이야. 나는 계속 여자를 죽일 것 같아>
< 농담하지마 네가 진짜 살인자라면 그렇게 말할 리가 없어 내가 신고하면 네가 붙잡힐 텐데 네가 살인자라고 자백할리가 없잖아>
은수는 그 남자가 사이코 기질이 있지만 진짜 살인자 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살인도 게임하는거와 같아. 우리 게임이나 해보자>
<초록별제우스신>이 게임을 제안하자 은수는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을 하자마자 제우스신이 에반의 아바타를 퍼벅 쓰러뜨렸다. 은수는 게임을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이길 수 있지만 지금은 게임을 하기보다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대화상대가 벨라였으면 좋았으련만 이상한 사이코 같은 놈이랑 대화를 하다가 게임까지 하다니 게임의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초록별제우스신>이라는 사람은 묘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이었다.
그 남자의 대화는 거의 살인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늘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다.
은수도 마음속으로 강민혁과 김대리를 수천번이나 죽였다. 마음속에서 미움이 활활 타올랐지만 그들을 진짜로 해치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적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은수는 그들을 아군으로 이끌 만큼 말재주도 없었고 그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도 꺼렸었다.
<너도 사람을 미워해 본 적 있어? 은수는 제우스신에게 물었다.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를 좋아했는데 그년이 나를 찼거든 그년을 죽이고 싶었지만 안죽였어. 언젠가 죽일지도 모르지만>
<그럼 너가 죽였다는 여자는 어떤 사람들이야?>
<그년과 닮아 있는 예쁜 여자들이지>
<정말로 죽인 건 아니지?>
<믿거나 말거나>
은수는 이 남자가 만약 미나를 죽였으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나라는 여자를 혜원이를 만날 때 본 적이 있었다.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혜원이는 미나랑 단짝처럼 지냈던 친구였다.
< 너 정말로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지? 게임 속에서 아바타가 죽는 거랑 실제로 사람이 죽는 거랑은 다르잖아?>
<하하하하. 겁쟁이 자식. 겁먹긴....>
<사람 목숨 같고 장난치고 농담하고 그러지마>
<왜 무섭냐?>
<그래 무서워. 그리고 요즘 진짜로 여자들 실종신고가 잇따르고 있고 내가 아는 여자도 죽었어>
은수는 정말로 겁이났다. 게임하는 상대방이 정말로 살인자일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하는 말은 왠지 섬뜩하기만 했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서 게임 그만하고 싶어. 미안해>
은수는 컴퓨터를 껐다.
마음이 왠지 찜찜했다.
게임속의 남자는 왜 자신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혜원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혜원이에게 게임속의 <초록별의 제우스신> 이야기를 했다.
혼자서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벅찬 이야기였다.
혜원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혜원이는 당장 그 남자를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다.
그 남자가 살인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남자가 진짜 살인자라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게 위험할 수 있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은수는 혜원이와 경찰서를 찾아갔다.
강력계 형사 김경원 담당자를 만나서 신고를 했다.
"게임속의 남자가 살인을 했다고 말했다고?" 형사도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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